작성일 : 18-08-17 19:34
자정쯤 시간이 죽어
 글쓴이 : 미리내
조회 : 178  

 

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

 

자정쯤 시간이 죽어,

그 문이 소리없이 닫힐 때

 

깨어나는 새로운 세계는

아무도 발음하지 못하는 내밀의 공간에서

 

하늘 걸어 달아나는 별처럼 반짝이고

땅 속의 태양은

 

스스로 불타며 하얗게 달구어진다.

하지만 기구하게도,

 

또 다른 출발의 망각은

오래전의 사슬로 뒤얽힌 채

 

뒤틀린 밤을 머리칼로

쓸어담고.

 

망각의 유혹처럼,

하루가 걸어온 복도 저 끝에서 열리는 문.

 

물동이 속으로 숨는 달은

무너지는 배경의 어두운 여운으로 잠기고

 

차가운 길 위에 남겨진 오늘의 희망은

짧은 호소의 방책을 두르고

종종 걸음을 친다.


 
  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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