작성일 : 18-08-20 19:19
허무가 닦아질
 글쓴이 : 미리내
조회 : 188  

 

비를 맞으며

 

흐름조차 낮선 이곳에서

낮은 곳 마다않고 모여드는 지난날들

 

허무가 닦아질 때까지

사연마다 살아 온 세상 덮고

 

고만고만한 들풀들의 마음만 무거워

잎마저 처지는데

 

세월 가려진 이 벌판에서

지금 이 시간은 혼자 외로워도 좋다

 

살아온 날을 생각하며

피우지 못한

 

어눌한 날들이 녹녹치 못해

구천 헤매는 영혼 달래는 듯

 

비는 하염없이 우리가 사는 도시에 내리도

씻어주지 못할 응어리진 가난 이라면

 

비 맞아 처진

이파리 까지도 추수려

가녀린 꽃이라도 피워 내야 한다.

 

바람이 불고

먹구름이 흘러간다.

 

산안개 피는 숲을 넘어

다가오는 햇살이

 

더욱 싱그럽게

먼 산을 잡아당긴다.

 

어딘가로

 

떠나고 싶다는

이유로 비를 맞는다.


 
   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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